본문 바로가기
책을 읽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

by 1004들꽃 2015. 2. 2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바바라 오코너

 

 

꼬맹이의 기특한 생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빠는 도망가 버리고, 집도 없어져 버리고, 한 순간에 길거리로 나앉아 자동차 안에서 지내게 된 11살짜리 소녀, 남동생, 엄마가 주어진 역경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나가는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사회 고발적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조지나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빠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집세를 내지 않았다고 집에서 쫓겨나 자동차 안에서 지내게 되는데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도록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닌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기발하면서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생각들이 귀엽다 못해 앙증맞을 정도다. 누나가 남동생을 쥐어박으며 비밀을 지키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이라든지 집이 없어 자동차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라든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볼을 꼬집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소녀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중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500달러를 보상해 준다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조지나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노트에 기록해 나가기 시작한다.


어두운 사회현실을 이토록 발랄하게 펼쳐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른들에게 캄캄하여 한 치 앞도 쳐다볼 수 없는 어둠도 어린 아이가 보는 현실은 결코 어둡지만은 않은 직면하여 살아나가야만 할 세상인지도 모른다.


조지나는 훔친 개를 숨겨놓은 집에서 무키라는 노숙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노숙자로부터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해 듣게 된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조지나는 훔친 개를 돌려주고 만다.


소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모습들을 그려 나간다. 서로 간에 불협화음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그 안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열한 살 소녀의 눈으로 본 현실이 우리가 본받아야 할 똑바른 현실이 아닌가 생각 든다.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를 우리는 언론을 통하여 얼마나 보아왔는가. 포기하지 않는 삶은 아름답다. 더는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