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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갈 수 없는 길

by 1004들꽃 2009. 11. 21.

갈 수 없는 길

 

 

 

갈대
흔들리는 소리에
파도의 눈물이 섞여 있었다
파도와 같이 했던 세월이 비벼져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갈대는 흔들리기 싫어도
흔들려야 했다
파도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묻어주기 위하여 같이 울어야 했다

 

갈대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가 흘린 눈물을 받아내고 있었다
수천 년 동안 받아낸 눈물은
진흙이 되어 끈적이고 있었다
진흙을 헤집고 나온 무리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었다

 

갈대
흔들리는 것은 갈대라고 했다
풍경이 흔들리고
상처받은 마음도 흔들리는데
그들은 갈대가 아니고
그들일 뿐이었다
노을을 받은 갈대는 긴 새 울음소리를 내며
파도소리에 눈물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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