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곳
마음만 가졌던 곳을 가보기로 했다
황매산의 등을 타고 걸어서 돌아 내려 오는 구간
그 중간에 삼봉이 있고 삼봉을 지나면 상봉이 있다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어
걸어서 가기는 부담스러워
주차비를 지불하고 오토캠핑장으로 향한다
황매산 자락의 펼쳐진 평원에는 온통 억새 투성이다
멀리서 보면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부드럽게도 보이고
바람이 불면 일렁이는 파도처럼 눈부시다
해가 구름 속으로 숨어버려서 은빛 물결로 나부끼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생각만으로도 황홀하여 마음 속으로나마 그 모습을 그려본다
억새라는 새가 있다면
이렇게 바람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언제나 제자리에서
지난 계절의 기억을 그대로 살려내는 것들
기억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은행나무의 기억
나목으로 견디는 계절을 지나
다시 찬란한 봄이 오면
지난 계절의 기억 꽃샘바람으로 일깨운다
나뭇잎의 형상과 잎이 피는 계절과
낙엽 흩날리는 계절을 빈틈없이 기억해낸다
단풍잎을 닮을 법도한데
봄이 되면 항상 공룡의 기억을 되살리듯
부채모양의 잎을 피워낸다
기억 속에 침전된 과거의 흔적들
모두 상처로 남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반복하고 싶지 않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죄의 순간들
은행나무 잎처럼
자식들의 기억에서 피어나면 어쩌나
꽃샘바람 불어오면 어쩌나
억새들 사이에서도
한가하게 우뚝 서 있는 나무
나무와 함께 사람도 한가해진다
황매봉을 배경으로
억새들은 살이 많이 붙었다
계절이 깊어갈수록 살은 빠지고
앙상한 기억을 다시 내년으로 물려 주겠지
떨어질 때 떨어질 줄 아는 아름다운 꽃이다
구름 속에 숨었어도 태양은 태양인 모양이다
역광 속에서 피어난 억새 또한 황홀경이다
억새 구경이 끝나면 곧장 계단을 걸어야 한다
얼마나 걸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심정으로 계속 걷는다
황매봉까지 곧장 걸어서 간다
중간에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황매봉에 도착한다
이제 가야할 곳은 삼봉.
그 너머 상봉까지 갈 것이다
가파른 암벽이다
다리가 후덜덜~~
절벽에 소나무 한 그루
먼 데를 바라볼 수 있어서
외롭지는 않겠다
상봉에 도착했다
멀리서 볼 때 정자는 꽤 커 보였는데
도착해보니 그렇게 크지 않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갈까 생각했는데
오토캠핑장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를 따라 가기로 한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내려오다
홀로 아득한 소나무 한 그루를 본다
은행나무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상봉은 구름으로 휩싸였다
조금 더 있었더라면
구름 속에 있을 수 있었건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새 길을 따라가니
뭔가를 만드는 모양인듯~~~~
길가에 한가로운 쑥부쟁이 한 무더기~~
오랫동안 쳐다보기만 했던 일
했구나 하는 느낌!
푸근해지는 느낌
이제 쳐다보지 않아도 되겠다하는 느낌~
이 모든 것은 무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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