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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흔적

황매산 (2015-4-27)

by 1004들꽃 2015. 4. 27.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산행을 실행에 옮겼다

점점 산길을 걷는 것이 힘이 들어가는 요즈음 먼 길을 나서기는 참으로 결심하기 어렵다 

아직도 지리산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다리가 견디어 줄까 의심스러워 미음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시간의 부족이라는 변명에 호소하면서 마음에만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시간이 가기 전에 지리산을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철쭉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철쭉제 준비로 분주한 황매산으로 간다

모산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모산재를 거처 황매산으로 갈 것이다

아직도 꽃을 채 버리지 못하고 꽃을 안고 있는 나무를 본다

모산재 초입에서 별을 닮은 꽃을 본다

모든 꽃이 피는 나무들이 봄을 기다리고

서둘러 피는 꽃들을 보낸 후 이렇게 나그네들을 기다리는 꽃들도 있다

너무 맑은 날씨여서 그런지 먼 시야는 좋지않다

기온이 오름에 따라 하늘은 전체적으로 뿌옇다

선명한 꽃들을 보며 위로를 받을 뿐이다

가을 하늘을 봄에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햇살 가득한 날

돌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다

돌의 성분이 마사와 같아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식물의 뿌리가 침투하기에 참 좋은 조건이다

어쩌면 저 뿌리가 깊게 들어가 바위를 깨는지도 모른다

그 긴 시간을 우리는 지켜볼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풍경화 한 장은 금새 완성 된다

절벽을 바라보며

먼 곳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돛대바위까지 오면 모산재는 눈 앞에 있다

잠시 쉬었다 길을 재촉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그냥 갈 수 없다

바람을 맞으며 먼 풍경을 끌어 당긴다

항상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볼 때마다 똑같은 기분이라면 같은 산에 올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 다르고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곳에서 황매산 정상까지는 4km라는 이정표가 있다

다시 몇 발 가면 정상까지는 2.4km라는 이정표가 있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다

몇 번 걸어본 결과 2.4km가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정표를 정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두 이정표는 각각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다시 길을 재촉하면

이전에 보았던 장승조각가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길을 걸어가며 이러한 조각을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이제 철쭉군락지로 접어든다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서들러 핀 꽃도 있지만

대부분 꽃몽오리를 풀지않고 있다

아직도 그들이 원하는 온도가 다가오지 않은 모양이다 

모두

필 준비는 갖췄다

철쭉도 철쭉이지만

땅에 붙은 예쁜 꽃도 볼 수 있다 

저 꽃을 자주 보지만 무슨 꽃인지는 아직도 찾아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꽃의 이름을 알기보다도

그저 꽃을 보는 그 순간을 즐거워하는지도 모른다 

성급한 꽃은 활짝 피었지만

다른 꽃이 필 때쯤이면

홀로 지고 말 것이다

성급한만큼 성급하게 가는 것이다 

산에도 양탄자를 깔아 놓았구나

저 양탄자를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덕석을 짜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었겠지만

길에 저렇게 찬란한 돈을 깔아도 되는 것일까?

작년에 깐 덕석은 저렇게 물이 빠지고 빛이 바랬다

2-3년에 한 번씩 바꿔줘야 한다면

그에 따른 예산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얼마 후 붉은 꽃바다가 될 곳이다

태극기 찬란한 곳에서

붉은 꽃바다가 펼쳐진다면

장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꽃은 피겠지만

꽃을 빌미로 축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제로 인하여 꽃피는 순수를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의령에서도 한우산 철쭉제를 한다

단 하루밖에 하지 않지만

그  하루동안 얼마나 시끄러운가

그 시끄러움 속에서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철쭉에게 찬사를 보낼 따름이다 

이곳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지지 않고

저 먼곳에서는 철쭉제 준비로 한창이다

나무를 파고드는 지주목

지주목의 역할은

두꺼워지는 나무를 파고드는 것일까?

 

 

 

 

황매봉을 향한 계단에 도착했다

꾸준히 가다보면 어느새 계단은 끝나 있을 것이다 

 

정상을 지나면 산청군과 합천군의 경계를 알리는 표지석이 보인다

조금 더 지난 이곳은 합천인 모먕이다

 

황매봉 표지석을 기대어 중얼중얼 끝없이 기도를 하고 있다

방해할까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다

황매봉을 스쳐 지나오면서 보니

할아버지다

거의 70세는 되어 보였다

나도 70이 되었을 때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게 해야겠다 

 

평원

산의 정상이 가까운 이곳에

이렇게 평원을 가질 수 있는

산청군과 합천군이 부럽다 

영화 촬영 시 사용했던 모양인데

부서져 흘러 내렸던 것을 다시 비슷하게 복원한 모양이다

무엇일까?

봉화일까?

 

 

 

다시 모산재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다 

공룡능선을 따라 걷는다

멀리 사람모양의 바위를 보며 걷는다

산행의 마무리 단계다

영암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가까이 되었다

11시에 출발하여 꼬박 5시간을 걸었다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만

늙은 몸을 이끌고 오랫동안 걸을 수 있다

걸을 수 있을 때 걷지 않는다면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걷지 못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걸을 수 있도록 힘이 닿는데까지 걸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날 걷지 않으면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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