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3년 흔적

황매산 - 2013-3-2

by 1004들꽃 2013. 3. 2.

 이런저런 일때문에 산을 찾지 못했다.

 그것도 버릇인지 생각없이 길을 나서곤 했지만

 얼마간 쉬다보니 나서는 일이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봄은 코 앞으로 다가섰는데 산은 멀어져 가는 느낌

 꽃샘추위가 시작되리라는 예보는 맞아 떨어졌고 햇살은 상쾌하게 내리쬐었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거대한 공룡이 누워있는듯 산은 노랗게 물든 풀밭과 갈색으로 물든 등을 드러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잿빛 산이 업고 있는 하늘은 눈부시다.

 걸어가는 사람들은 얼었다 녹았다 하며 질척거리는 길을 말없이 걷는다.

 신에 묻은 흙의 무게만큼 인생도 무거워지는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인생은 언제나 가벼워지는 것이다. 신의 밑창에 묻은 흙은 걸을 때마다 붙었다 떨어진다.

 항상 어느정도만 묻을 뿐 걷는 만큼의 두께로 묻어있지 않는 것이다 

 인생의 길에서 모든 지나가 버린 일들이 다 기억된다고 하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있을 것인지.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도

 인생에서 가끔 맑은 날이 있는 것과 같다.

 가파른 길을 걸어갈 때도 내리막 길을 걸어서 갈 때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어서

 그 시간을 혼자서 걸어가는 사람들은 고독하게 보일 지 모르지만

 실은 모든 사람들은 고독할 뿐이다.

 인생에서 가끔 고독할 뿐이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고독하다가 잠시 즐거울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며,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생각하는 사람.

 와따나베의 말을 인용하면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봐야 실망할 뿐이거든.
 과연 실망할 일들은 살아가는 세상 속에 산재해 있다.

 그럴 바에야 아예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덜 외롭지 않을까.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외롭지 않다.

 고독이라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 마저도 없다면 정신은 붕괴될 것임에 틀림없다.

 정신, 사고, 생각? 그 모든 것들은 고독도 없는 상실의 시대에서 승률없는 일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는 모든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모든 것이 실망스럽더라도

 시간이 가는 동안 사람들은 그 시간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모든 시간을 소진하는 날들은 계속 다가온다.

 하나의 시간을 소진하고 기진맥진해 있을 때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또 다른 시간이 온다

 그 시간을 우리는 또 소진하기 위해 힘쓰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시간은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시간들의 연속은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죽고 또 태어난다.  

 긴 시간의 연속선상의 일부를

 나는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모든 시간들이 멈추고

 나만 그 시간 속을 여행할 수 있다면

 그래서 혼자만 시간 속을 걸어다니다가 문득,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를 때

 아직도 젊은 그의 앞에 나타난 나의 늙음은 설명할 수 있는 일일까.

 오직 산 만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은 이렇게 잿빛으로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을 때

 눈이 시리도록 푸르게 다가온다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산은 어느새 눈부시게 푸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봄은 무작정 다가오지는 않는다

 세월을 스쳐지나가다보면 어느새 겨울과 겨울을 만나는 사람도 있듯이

 계절은 홀로 가는 것이고, 사람들 또한 홀로 가는 것이다.

 우뚝 선 지리산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마치 지리산에 올랐다는 느낌. 날이 풀리면 한 번 찾아가야 겠다.

 

 

 아직도 눈은 지난날의 발자취를 안고 드러누워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그림자도 품어낸다

 캠핑족들은 연휴를 맞아 며칠동안 머물 모양이다

아이들과 함께 텐트 속에서 밤을 보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서 걸어다니는 것만이 의미있는 일처럼 느껴질 뿐이다.

'2013년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맞는 자굴산(2013-3-24)  (0) 2013.03.24
정암진  (0) 2013.03.03
2013년 대보름날. 유곡면 송산마을 달집 태우기  (0) 2013.02.24
2013- 2 - 24 자굴산  (0) 2013.02.24
막내 졸업식 - 2013. 02. 06  (0) 201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