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 구경 회원모집을 해 보았으나 역시 아무도 가고자 하는 회원이 없었다. 지난번에도 한 번 모집을 해 보았으나 아무도 가고자 하는 회원이 없었으니, 사실상 같이 가자고 한 것이 아니라, 간다고 신고를 한 셈이 되었다.
산이 가까워오자 차들은 거의 정지상태. 빨리 나설걸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하루를 보내는 시간. 차들이 막혀있는 모습도 볼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산으로 들어서니 거의 밀려가는 수준이다.저 사람들이 어디 있다가 이렇게 쏟아져 나왔는지. 산과 철쭉을 감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감상하기 위한 것 같다. 사람이 풍경이라고 누군가 말했었지.
덕만주차장까지 이어진 길은 차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빽빽하게 들어선 차들은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어떻게든 그들은 돌아갈 것이고 길은 다시 텅 빌 것이다.
거북이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는 차들의 행열은 끊어질 줄 모른다.
얼어붙었던 계곡의 물이 풀리고 푸른 나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꽃들 사이로 난 길에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지나는 길가에 앉아 있던 한 아줌마가 이야기한다. 위에서 누가 오라고 하던가요? 오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쉬엄쉬엄 쉬었다 가지요! 하는데, 부르는 사람도 없는데 이 길을 걷고 있는 내가 겸연쩍어져서 싱긋이 웃고 지나간다.
철쭉은 이제 지는 모양이다. 꽃보다 잎이 더 많아져 있다. 내일부터 철쭉제가 시작되는 모양인데 꽃들은 그 시기를 기다려주지는 않는 모양이다. 주 중에 올 수는 없으니 꽃피는 시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저 멀리 덕만주차장과 모산재가 보인다.
꽃들 사이로~~
2주 전에 보았던 잿빛 숲을 이렇게 바꿔버린 자연의 힘
위로 올라갈수록 꽃들은 더 강한 빛을 발산한다.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
이 곳에 앉아 잠시 쉬어가면서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꽃물결에 취한다.
황매봉으로 이어진 길에도 분홍 물결은 찬란하다.
반대편에는 산청군 행사장. 산청군과 합천군이 같은 시기에 철쭉제 행사를 한다. 시끄러운 트로트 음이 산마루까지 달려온다. 행사마다 따라다니는 저 소리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의령의 한우산 철쭉제 때마다 느끼는 것을 이곳에서도 느낀다. 하루종일 들리는 저 소음 속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보다 더한 것은 저 소음과 같은 소음을 소형 MP3기기로 들으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진은 소리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산청군의 세를 발산하기 위한 군집기가 줄지어 서 있다. 합천으로 왔는데 산청에서 절정을 맞는다. 황매봉까지 이어진 계단이 776계단이라고 한다. 나는 세어보지 못했지만 ...
황매봉,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내려오는 길은 교통정리가 되지 않고 사람과 사람들이 얽혀 밀려서 오르내린다.
황매평전이라고 해야하나. 세석평전과 비슷한 모양이다. 세석평전의 꽃들은 옅은 분홍이다. 거의 흰색에 가까운 색. 키를 훌쩍 넘기는 철쭉꽃이 만발했던 곳. 지금쯤 그곳도 꽃들로 만발할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가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다. 지난 주에 진달래가 절정이라고 했으니 아직 철쭉은 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장째 그리고 있는 화가.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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