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새해가 시작되면서
가장 크게 떠오른 달을 보면서
달나라로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묵은 일들도 찾아올 일들도
모두 불에 태워 달에게 바치는 날
인생이 서러웠던 어머니를 부여안고
보름달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울고 싶었다
그저 지나가는 보름달보다
정월 대보름은 왜 슬픈지 알 수 없어서
지나가는 보름달에게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인생은 그저 슬픈 것이라서
열두 번 보름달을 안아주는 것이라고
인생을 모르는 나에게
보름달이 말해 주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보름달이 있다고
섣달 그믐날 눈 하얗게 뜨고
보름달 익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보름달이 뜨는 날
평생 소원했던 일들 부여잡고
밤이 새도록 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