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거센 봄의 기운이
잔디밭에 내려앉는다
생명의 힘찬 울부짖음
향긋한 흙냄새의 진동
희멀건 풀뿌리의 발버둥
꽃이기를 거부하며
질긴 삶을 이어가는 토끼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땅 속 깊이 뿌리를 박고
화려한 봄을 피우려 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다가온 봄의 기운이란
차라리 쓸쓸함이다
첫 만남의 설렘이라든가
헤어진 후의 허전함이라든가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을
가슴 깊숙이 침전시키면서
봄의 뒤안길을 서성인다
미친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사람들의 아득한 이야기들을
나의 삶에 끼워 맞추면서
화려한 봄꽃이기보다
질기고 질긴 잡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