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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잡초

by 1004들꽃 2013. 7. 5.

잡초

 

 

거센 봄의 기운이

잔디밭에 내려앉는다

생명의 힘찬 울부짖음

향긋한 흙냄새의 진동

희멀건 풀뿌리의 발버둥

 

꽃이기를 거부하며

질긴 삶을 이어가는 토끼풀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땅 속 깊이 뿌리를 박고

화려한 봄을 피우려 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다가온 봄의 기운이란

차라리 쓸쓸함이다

첫 만남의 설렘이라든가

헤어진 후의 허전함이라든가

그 모든 만남과 이별을

가슴 깊숙이 침전시키면서

봄의 뒤안길을 서성인다

 

미친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사람들의 아득한 이야기들을

나의 삶에 끼워 맞추면서

화려한 봄꽃이기보다

질기고 질긴 잡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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