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년 흔적

자굴산(2016-7-30)

by 1004들꽃 2016. 7. 30.

오랜만에 자굴산을 찾았다

계속되는 찜통더위 때문인지 거리가 한산하다

산 주변에 주차하고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많았는데

역시 차는 한 대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더운 여름에는 집에 있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모르겠다 

자굴산 표지석은 데크 설치로 인해 언뜻 보면 가려져 있는것 같다

도로 개설로 인해 산의 입구는 입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보통의 경우에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면 어느정도 마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산으로 들어가는데

자굴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참으로 애매하게 만들어져 있다  

가까이 가면 이렇게 표지석이 드러나지만 도로를 따라 걸어 오면

묻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산을 만나서 반갑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산 입구를 환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무더위를 뚫고 산으로 향한 지 얼마되지 않아 첫번째 쉼터를 만난다

잠시 쉬어갈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모기와 하루살이가 얼굴로 달려들어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계속 모기들을 떨쳐내며 걸어간다

조금만 틈을 주면 제트기 마냥 눈동자를 향해 초스피드로 돌진한다

더위와 땀과 오르막은 극복할 수 있으나

이 조그마한 곤충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수건을 계속 휘두르며 걸어가는 폼이 영 어수선하다

두 번째 쉼터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땀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간다

바람 한 점 없는 이런 날씨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다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후두둑 땀이 떨어지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세수를 한듯 상쾌해진다 

장승도 세월을 보내면서 나이를 먹어가는가 보다

색깔을 잃어가고

부드럽게 이어지던 얼굴선도 세월의 더께를 더해 간다  

자연은 이렇게 항상 푸르지만 자연이 아닌 다음에야

항상 푸르름은 없는가 보다

사람도 자꾸 늙어서

세월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어느새 늙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젊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찾아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유명한 사람들의 유명한 말들을 보면

모두 없던 일을 찾아서 하고 선구자적 삶을 개척해 나갔는데

그 모든 일들이 어느 누구에게, 그리고 다른 어느 누구에게도 공평하게 적용되었던 것일까

어쩌면 공평한 것은 자연 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자연은 자연 그대로 찾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어떻게는 그저 어떻게일 뿐이고

모든 삶은 개별적인 것이어서 개인이 알아서 살아갈 뿐이다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일이 개별적인 삶이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일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이미 결정한 일을 확인 하는 일일 것이고

자신이 생각했던 일과 다른 생각과 부딪치면 싸우거나 외면할 뿐이다 

세상에는 한평생 연구만 하는 사람도 있고

한평생 놀고 먹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하여 그들의 삶에 대하여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풀로 뒤덮여 길이 없어졌다

잘 알고 있었던 길도 때로는 눈앞에서 사라질 때가 있고

없던 길이 갑자기 생겨날 수도 있다

바람덤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는 골짜기와 같아서

웬만하면 바람이 만들어질 것도 같은데

나뭇잎조차 흔들리지 않는다

무진장 땀을 흘리고 계속 땀이 흐르고 있을 때 불어주는 한 줄기 바람이야 말고 꿀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표가 새로 만들어졌다

계속 걸어도 700M였던 길이 600M로 정정되었다

절터샘에서 바람덤까지가 100m인 셈이다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다시 쉬어 간다

숲은 울창해져서 마치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

뱀은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한두 명이라도 꾸준하게 다니니

사람 냄새를 맡고 뱀이 접근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10시 정상에 도착했다

자굴산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10시에 정상에 도착했다

친절하게도 7월 30일 토요일이라는 날짜와 요일도 찍혔다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계단 위로 먼 산이 아련하게 보이는데도

카메라는 잡지 못했다

구름이 많아서 시원하게 길을 걸은 편이다

습도가 많아서 땀을 많이 흘렸지만

일주일 동안 몸 속에서 찌들었던 것들을 털어내는 일일 것이다  

이럴 때는 눈이 쌓인자굴산을 생각나게 한다

막상 눈이 내린 자굴산은 추워서 머무르지 못하고 곧장 내려 와야 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에는 그런 날씨가 생각나는 것이다 

정상을 뒤로 하고 땀을 훔치며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온다


'2016년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뱀사골(2016-8-2)  (0) 2016.08.03
쌍계사(2016-8-1)  (0) 2016.08.02
직지사(2016-7-24)  (0) 2016.07.25
모산재(2016-7-17)  (0) 2016.07.17
노고단(2016-7-2)  (0) 2016.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