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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노고단(2016-7-2)

by 1004들꽃 2016. 7. 2.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운무라고 구름이기보다는 안개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운해라고 하면 구름의 바다를 연상 시킨다

끝없이 펼쳐진 구름의 향연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 신선이 된다

비가 내리지만 사람들은 집에 있지 않고

이곳 노고단을 향해 끝없이 온다

우산을 쓰고

비옷을 입고

때로는 비를 맞으면서

무엇을 향해서 걷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 들뜨거나 너무 환한 얼굴도 아닌 차분한 얼굴로 걷고 걷는다

바람의 속도에 따라 구름의 움직임이 다양하다

골짜기마다 풍속이 다르고

이쪽과 저쪽의 풍속과 풍향이 다르니 구름의 움직임도 제각각이다 

용케도 구름은 도로를 뒤덮지는 않았다

차량의 통행은 한가한 편이다

성삼재에 도착하여 입구에 서면

넓은 길이 펼쳐진다

산길로 말하자면 고속도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비가 더 많이 내린다

오늘 중으로 그치기는 할까 의심스럽다

처마밑에 서서 비내리는광경을 구경하다 발길을 옮긴다

구름속의 산책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의 종주가 시작된다

종주는 내 평생에 두 번 했다

어쩌면 앞으로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그리고

스무 살 시절에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한 번씩 다녀왔었다 

구름 속에서 보는 풍경은

사람을 아련하게 만든다

어떤 생각이 난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냥 아련해진다

............


추억을 만들기보다

그저 이곳에 와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여름 장맛철에만 맛볼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구름이 없는 날에도

저 멀리 섬진강이 구비구비 흘러가는 모습도 아련하다

살랑살랑 바람부는 가을날

아주 맑은 하늘을 이고 있는 노고단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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