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마지막 밤.
지난 밤 거의 10시 정도부터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했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한밤중에 우산을 받쳐들고 거리를 나섰다.
흰 눈 위에 첫발자국을 찍으며 한 시간여를 돌아다녔다.
지난밤의 눈에 대한 생각이 나의 몸을 산으로 이끌었다
이른 아침에는 눈과 비가 섞여 내리고 있어 산에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침 10시를 지나니 창문에 밝은 빛이 비치는게 아닌가
부랴부랴 나섰다. 자굴산에 가면 눈이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자굴산으로 향했다.
산의 정상은 안개에 휩싸여 보이지 않았다.
의령에서 이런 풍경을 보기란 싶지 않다
먼 곳이 눈에 휩싸여 있는 풍경
가히 이국적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날은 어떤 일도 제쳐두고 자굴산을 찾아야한다
눈 쌓인 산에서 마구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형상이다.
그 아래 눈을 덮고 있는 지붕과 논바닥이 정겹게 다가온다
10시 30분 산의 초입에 접어든다.
산으로 들어가니 눈풍경이 가슴으로 들어온다
얼마나 기다렸던 눈인가.
지난 겨울
일기예보상 흐린날은 어김없이 해보는 행동
슬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본다
눈이 올려나???
매번 실패로 끝났던 그 행동
어젯밤은 달랐다
괜히 문을 열고 나가니 마당이 하얗게 변해 있는 것 아닌가
그토록 기다렸던 눈은
이렇게 소리없이 다가왔다
밤길을 걸으며 눈이 오는 줄도 모르고 창문을 닫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은 소리없이 내리니 어떡하겠나~~
한편으로는 내일 새벽 교통통제는 어떡하나 생각했지만
그냥 눈을 즐기기로 했다
사람들이 지나간 곳은
눈이 녹아 흙이 드러나 있다
찬바람은 여전히 불어댄다
산중의 휴게소라고나 할까
누군가가 눈을 치우고 앉았던가보다
쉬어가는 재미도 솔솔하다
혼자서 산행을 할 때는 거의 쉬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사람들과 함께 걸을 때는
쉼터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쉬어서 간다
점점 눈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아랫쪽에는 눈이 녹아가고 있고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 눈이 녹는 것이 더디다
어느새 눈사람도 만들어 놓았고!~~~
찬바람은 더욱 세게 다가온다
산의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은 급변한다
부는 바람을 맞은 볼이 얼얼해진다
누군가를 만난다면
입이 얼어서 발음이 안 될 지경이다
눈쌓인 곳의 풍경은
언제나 푸근하다
기온을 느끼지 못하는 사진으로만 본다면 말이다
참나무쉼터로 가는 길이다
어쩌면 이곳이 궁금했는지도 모른다
눈을 뒤집어 쓴 장승은 어쩌고 있을까?
불행히도 눈은 많이 녹아 있었다
바람덤 앞에 있는 전망 좋은 곳
하지만 안개 때문에 전망은 포기한다
바람덤을 지나니 눈은 꽁꽁 얼어 있었다
미끄러워 몇 번 넘어질 위기를 맞기도 했다.
눈을 소복히 맞은 소나무
자굴산의 이 소나무가 이렇게 뒤집어 쓴 경우를 본 것은 세 번째다
의령산우회에서 시산제를 지내려 하고 있다
의령산울회에는 올해 복을 많이 받으려나 보다
그들을 반기는 눈이 이렇게 많이 와 주었으니!~~~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다 돌아서 내려왔다
안면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시산제가 끝나면 아는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게 될 것이 뻔한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시산제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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