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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이름 4

by 1004들꽃 2016. 11. 9.

이름 4


다만 구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를 부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꽃과 꽃을 구분하듯이
이름으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휴대폰 벨이 울릴 때
누군가의 이름 없이 전화번호만 뜨면
받지 않는다
누군가의 전화를 받기 싫을 때
그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서 지운다
전화를 받지 않을 완벽한 방법은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고
그의 이름이 뜰 때
전화를 받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전화를 받느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한다
받기 싫은 사람의 이름만
전화기에 입력한다
이름이 뜨지 않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아무 전화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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