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최영미
너의 인생에도
한 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의 미소년 아도니스를 사랑했는데,
세상은 그들의 사랑을 그냥 놓아두지 않았고
아도니스는 멧돼지에 받쳐 죽고 만다.
이때 그가 흘린 피가 꽃으로 피어난 것이 바로 바람꽃이라고 한다.
'좋은글초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 (0) | 2017.04.28 |
---|---|
갈대/신경림 (0) | 2017.04.26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정호승 (0) | 2017.04.18 |
남을 위해 선한 일을 (0) | 2017.02.16 |
속초에서 / 최영미 (0) | 2017.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