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11
기억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다
좋았던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
어쩌면 같은 길을 걸을 때
그 길을 걸었던 기억이
되살아 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기억을 데리고 나와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살아간다면
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지나간 일은 쉽게만 보이고
다가올 일은 왜 그리 어렵게 보이는지
현재를 살아가는
과거의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억을 찾아 터벅터벅 길을 걸으며
흩어진 조각들을 끼워 맞춘다
이것과 저것이 뒤섞여
과거와 현재가 바뀌고
살아가는 일이란 어쩌면
조작된 기억 위에서 살아가는 건 아닌지
매일매일 기억을 찾아나서는 길 위에서
모든 기억을 소환한다
소환한 기억을 책꽂이에 꽂는다
팔짱을 끼고 제목만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