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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향기

빨랫줄

by 1004들꽃 2013. 7. 5.

빨랫줄

 

 

맑은 날이면 낡은 이불 걸치고

하루 종일 햇빛을 보지 못한다

밤하늘에 별이 반짝일 때에야

겨우 맑은 공기를 들이킬 수 있다

낡은 이불 속에서 수군대는 긴 푸념 속에서

듣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알고야 말았다

 

혼자만 간직해 왔던 회한의 눈물과

가장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리하여 썩어가고 있는 몸뚱이와

아무도 모르게 숨겨왔던 가장 비열한 웃음과

누군가를 헐뜯고

끝내 그를 죽여야만 했던 비밀과

홀로 긴 밤을 지새워야 했던 안타까움과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그래서 짐이 되어버린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긴 세월이 만든 기형의 모순덩어리가

하루의 햇살로 제자리에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반쪽의 햇살로 살아가지만 마음 편할 수 있고

나의 몫으로 받아야 할 햇살을 나누어서 그리될 수 있다면

찢겨진 상처위로 피어난 곰팡이는 털어 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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