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일이 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애를 쓰다 보니 버릇이 된 일도 있다
도움을 받는 사람은
누구의 도움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한 당연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피는 만들어낼 수 없고
사람에게서만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
피를 뽑는 사람들은
막연하게 피를 뽑는다
그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나서서 떠들지도 못하고
조용히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이라고는 헌혈밖에 할 줄 몰라서
헌혈 마지노선 칠십이 되는 그날까지
내 몸을 관리하는 거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버릇처럼 시키지 않은 일을 한다
해외여행을 하지 않아야 하고
병에 걸리지 않아야 하고
헌혈하지 못할 모든 이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매일 몸을 정갈하게 해야만 한다
내 피가 다른 사람의 몸에서도 순해지도록
내가 버릇처럼 순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