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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산문집) 중 <시가 무슨 소용인가> 요약

by 1004들꽃 2018. 10. 2.

 

밤이 선생이다(황현산 산문집) <시가 무슨 소용인가>

 

 

대중가요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가사가 아름다워 이건 시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시의 전문가도 그렇게 찬탄한다. 그러나 어떤 시인이 정작 이런 시를 들고 나오면 사정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어제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시라고 불렀던 전문가들이 오늘은 그 용감한 시인을 곁눈으로도 쳐다보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 미묘한 차이는 그것을 판단하는 사람의 변덕스런 감정이나 개인적 기호에 따른 주관적 견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화향유와 전수의 제도가 바뀌면 시와 시 아닌 것을 가늠하는 전문가적 기준 역시 바뀌게 된다. 아주 불행한 경우에는 그 기준이라는 것이 문단을 지배하는 소수의 권력자들의 농간으로 결정될 수도 있다.

 

시의 말이 지니는 독창성과 그 감정의 깊이를 짚어 시인은 시인을 첫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김수영 시인도 그렇게 말했다. 이 차이에 대한 인정이 시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긍지를 만들고 시단 전체의 내부적 결속으로 이어진다. 옳건 그르건 문화적 이상이 거기에 있고 고급문화에 대한 개념도 거기서 나온다.

 

그러나 이 긍지가 시인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자신에게 특별한 말을 할 수 있는 능력, 곧 시를 쓸 수 있는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믿었기에 불행해진 사람들은 우리 시대에도 많다. 전답을 팔아 일곱 권의 자비 시집을 내고 파산한 사람도 있다. 잘 나가던 직장을 버리고 시 쓰기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은 결과로 가족을 잃고 떠돌이가 된 사람도 있다. 시만 쓰지 않았다면 똑똑했을 사람이 어쭙잖은 시를 써서 바보 소리를 듣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시가 인간의 불행을 끌어안고 감동을 준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거라면 대중가요 한 곡이나 연속극의 대사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아름다움에 관해 말한다면 여기저기 광고방송에만 해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빛나는 장면이 널려 있지 않은가. 시가 그 위에 더 무엇을 한단 말인가.

 

시인이 제 몸을 상해가며 시를 쓴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을 새로운 깊이에서 통찰한다는 것이며,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과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저 대중 소비적 의 소구력과 성공에 비한다면 새로운 감수성과 이미지의 생산이 목표인 본격적인 시의 수요는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하다. 그러나 시가 생산한 것은 어떤 방법과 경로를 거쳐서든 대중물들 속에 흡수되고 전파된다. 시는 낡았고 댄스 뮤직은 새롭다고 믿는가. 사실을 말한다면 시에서는 한참 낡은 것이 댄스 뮤직의 첨단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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