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첫 나들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
얼굴을 보여주러 가야만 하는 때가 있다
특히 4월 5월에 가장 많은 편이다
살아가자면 어쩔 수 없는 일
농사를 짓듯이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이 덧없어 보인다
아마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끝없이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 했는지도 모른다
하긴 직장에 나가야만 밥벌이를 할 수 있고
벌어들인 밥의 비용을 나누면서 살아가야만 하니
통 사람을 멀리 해서는 세상에 살아 남을 수 없는 신세다
다른 곳의 벚꽃은 벌써 졌는데
이곳은 이제 시작하는 것 같다
늦봄에 맞는 진풍경이다
꽃의 양도 많아서 한 송이에 풍성하게 달려 있다
늦봄 초여름의 역동적인 힘을 받아서
겨우겨우 꽃을 피워내는 봄보다 꽃의 양도 훨씬 많다
벚꽃이 가고 겹벚꽃이 시작되는 시기란다
이것도 벚꽃 같은데
종류는 다른 것 같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버스가 많이 서 있다
늦게 출발하여 늦게 도착했기에
도로는 한산하지만 산은 좀 복잡할 것 같다
바람이나 추위를 피해 들어 앉을 수 있는 곳에서 나와
사람들은 거리로 산으로 광장으로 흩어져 나올 것이다
그러다가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오면 다들 에어컨 바람이 있는 곳으로 몰려갈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비오듯 땀을 흘리며 일하는 사람도 있다
꽃은 벌써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꽃의 환영을 받으니 설레고 들뜨는 기분
벌써 내달이면 철쭉이 만개할 것이다
5월 5일 하던 철쭉제를 당겨서 28일에 하는 것을 보면
기후 변화로 인해 빨리 피고 빨리 져야 하니 꽃은 계속 바빠질 것 같다
멀리서 볼 때는 미세먼지가 많아 보였는데
산 가까이 오니
괜찮은 느낌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우중충하여
맑은 하늘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림자를 데리고 나서는 여행은
항상 설렌다
그림자와 이야기하고
그림자를 앞에 두었다가
뒤에 두기도 하고
다정한 척 손을 잡고 걷기도 한다
그림자는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말도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산을 찾으니
체력이 한계를 느끼는지
사진도 떨고 있다
대기 저수지의 모습이 희미하다
돛대바위
순풍이 불어와서 산을 저 먼 바다로 데려갈 것 같은 기세다
아마도 처음 이곳을 찾았는지 한 사내가
- 저 바위를 사람이 가져다 놓지는 않았을 것이고
모양이 참 좋은 바위라고 했다
저 바위 이름이 돛대바위라고 했더니
과연 그렇게 생겼다고 했다
겨우 1.1KM를 걸었을 뿐인데
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산은 매주 와야 한다는 생각
바위 틈에서도 유지되는 생명
실로 질긴 생명력이다
저곳에서 어떻게 양분을 섭취하는지 의심이 든다
집 마당에 나뭇가지를 잘라 삽목을 해 놓았는데
처음에는 잎도 파릇파릇하더니
점점 시들어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런데 저 바위틈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저렇게 버티도록 만들었을까?
피로에 전 발을 감싸고 있는 신도
발과 함께 지쳐가는 모양이다
김훈은 전국을 타고 다니는 자전거를 풍륜이라고 부른다
내가 신은 신을 풍화라고 해야 할까
발을 풍족이라고 해야 할까?
내 가난한 여행을 함께해 주는 신이다
두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을 수 있도록
다리에 힘을 실어 주는 걷기를 가능하게 하는 신이다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어야만 밥벌이를 할 수 있고
밥을 먹어야만 서 있을 수 있으니
두 관계는 상생관계다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인지
경유차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된다고 하면서
계속 경유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무얼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진달래도 다 졌는가 싶었는데
이제 시작하는 모양이다
진주 국사봉의 진달래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산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된다
진달래는 진달래끼리 놀고
소나무는 소나무끼리 논다
가끔 이렇게
소나무와 친구가 되는 수도 있다
미세먼지를 보다보면 사진에도 미세먼지가 끼는 것 같다
정상석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거의 매주 이곳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처음 이곳에 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이곳에 매주 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이고
세상에 태어난 이래 그와 나는 처음 만났다
처음 만나고
또 스쳐 지나가고
그렇게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아무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바위, 나무, 흙과 같이
그들은 하나의 풍경이 되고 배경이 된다
방향을 바꿔서 보면 돛대바위는
산을 지키며 살아오면서 먼 곳을 향해
끝없는 그리움을 실어 나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언제까지나 산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인다
도로에 있던 꽃보다 풍성하지는 않지만
늦봄을 아쉬워하며 끈질기게 봄을 피워내는 모습
꽃 검색을 해 보니 각시붓꽃이라고 한다
산의 시작부터 끝까지
꽃으로 시작하여 꽃으로 마무리 한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꽃피는 계절이다
꽃이 되고 싶지만 꽃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꽃을 찾아서 산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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