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씨
바깥으로 나가기에 귀찮은 생각이 들 정도다
햇빛에 나가기라도하면 불옆에라도 선 듯 피부가 따갑게 느껴진다
산으로 가는 도로변 묵정밭에는
작물대신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다
벚나무는 꽃을 다 떨구어내고
잎이 무성하게 피었는데
새로운 계절을 맞기에 겸연쩍은 모양인지
줄장미를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장식한다
한가지 나무를 심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어울려진다면 함께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길에는 군데군데 햇살이 냐려와 있다
나뭇잎이 무성해지면서
나무가 있는 산길은 전체적으로 그늘이 형성된다
초여름에 느낄 수 있는 싱그러운 풍경이다
자굴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모습
한우산 쪽 풍력발전기를 향해 누워 있다
나무들은 계절이 깊어가면서
초록도 짙어진다
하늘은 티없이 맑고
하늘과 숲과 어울리는 바위 또한 정겹게 다가온다
돛대바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르다
계단이 없었던 시절에는 이 길로 다니지는 못했겠지
20년도 훨씬 전에 모산재를 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도대체 어떤 길로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경작하고 있는 밭을 지나고
언덕을 넘어서 안개 낀 산길을 걸었다는 생각만 있을 뿐!
오랜만에 삼각대를 꺼내
사진놀이를 해 본다
앉아서 찍어 보기도 하고
서서 찍어보기도 한다
앉아 있는 폼 보다는
서 있는 폼이 조금 나은 생각이 든다
여전히 하늘은 푸른데
누군가가 붓으로 터치를 한듯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시 23
움직이지 않는 구름
흔들리지 않는 나뭇잎
사람 없는 거리
행선지를 알 수 없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뱉어놓은
침의 흔적
한숨 섞인 발자국 발자국
이 모든 것들이 흩어질까 두려워
숨죽이는 오후
어디선가 바람 한 점 불어오면
밤새 생각했던 것들
우루루 무너져 내리고
천장에 구름을 매달고
나뭇잎을 매달고
아무렇게나 지나가는 소리
모으고 모아서
밤이 되면 다시 쓰는 시
한여름밤에도 내리는 눈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눈물
바람에 말라버린 이슬자국
이 모든 것들이
잊지 않기 위한 발버둥
내 시에 그대의 체취가 남아
오래오래 향기로 남아
시 21
먼 데 있는 별과
가까운 데 있는 별을 엮어서
하늘빛 도화지 위에
별자리를 그린다
별자리가 전설이 되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가에 서면
눈물이 난다
알 수 없는 눈물이 난다
너무 멀어서
다가갈 수 없어서
별이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어서
슬픈 눈으로 하늘을 본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저 별만큼 많고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영문도 모르고
눈물 흘려주는 일밖엔
아아! 멀고 먼 사람들의 일도
별자리처럼 서로 엮여서
엮은 듯 이어진 듯
그저 바라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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