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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흔적

모산재(2016-04-17)

by 1004들꽃 2016. 4. 17.

기상예보로는 일요일까지 비가 내린다고 했다

모든 것을 접고 집에서 빈둥거릴 계획을 잡았는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아침은 너무도 맑았다

강풍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하늘은 청명했고 찬란했다

이런 바람이라면 또 비닐하우스 몇 동이 날아가겠구나 생각했다 

모산재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맑은 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물이 흘러내리는 광경은 처음이다

그동안 숱하게 모산재를 찾았지만 이렇게 많은 물이 흘러내리는 것은 처음이다  

물은 너무 맑았다

맑은 만큼 소리도 요란한 것인지

처음보는 광경이라 그런지 설레는 마음에서 그런지 물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다

비소식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사람들은 비에도 불구하고 등산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

산은 사람들로 인해 막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꽉찼다

청명한 하늘은 나그네의 발걸음을 잡고

나그네는 잠시 쉬어가며 사진을 찍는다

최근들어 산으로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다

뭔가 이상이 생긴 것일까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현상

오늘은 매서운 강풍 때문에 땀은 날똥말똥하긴 하지만 ~~

저수지의 물표면으로 바람이 지나가면서

물비늘을 만들며 밀고 나간다

바람은 산기슭까지 물비늘은 밀다가

이내 산으로 들어가버리고 뒤에 오는 바람이 다시 그 역할을 맡는다  

돛대바위까지 왔다

전국 최고의 생기의 장이니

기를 마음껏 받아갈 수 있겠다

돛대바위는 돛이라기 보다

어떤 짐승의 형상으로 보인다

머리가 작고 날개가 달린 박쥐같은 짐승?

바람때문에 더 있을 수가 없다

서둘러 올라간다 

높이 올라 갈수록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아직 모래가 되지 못한 굵은 마사가 바람에 실려와

사정없이 뺨을 후려친다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하고 그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무지개터에 도착하니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지난밤 비가 만들어 낸 웅덩이다

지난밤 비가 많이도 내렸나보다

이런 풍경도 처음이다 

모산재에 도착했으나 멀리 철쭉은 드러나지 않는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모양이다

모산재까지 오는 동안

초입에서는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고

해발 700 정도의 높이에서는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철쭉제는 5월 4일부터 시작한단다  

푸른 숲이 하늘과 어울어진다 

하루의 일상을 이렇게 자연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비가 그쳤기 때문에 이렇게 자연과 마주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산길을 걸을 수 있을까 

혼자서 걷는 길을 더 오래하기 위해서는 걸을 수 있는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꾸준하게 걸을 수 있는 힘!


환하게 핀 꽃을 보며 하는 말

"저렇게 환하게 피었으니 지는 일만 남았구나!"


지는 일만 남지 않도록 환하게 피지도 말아야겠다

보이지 않게 차근차근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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