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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by 1004들꽃 2008. 5. 28.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다가
얼굴을 잊어버렸다
대사를 외우고 대사를 하다가
생각을 잊어버렸다
막이 오르면 인형처럼 움직이다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잊어버렸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연극무대 위에서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들이
막이 내리면서 잊혀져 갔다
막이 오르면서 새로운 생이 시작되고
미리 준비된 대사를 하다가
막이 내리면 잊혀져 가는 것이다
연극이 끝나는 날
모두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잊어버린 얼굴과 생각과 행동을 찾아
어디론가 몰려가고 있었다
새로 만든 무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똑같은 말과 생각과 행동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모두가 자기 역할을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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