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의 향기

떠나가는 길

by 1004들꽃 2013. 7. 5.

떠나가는 길

 

 

술집 한 귀퉁이에 앉아

안개보다 더 짙은 담배연기에 싸여

고개 숙인 채 술잔을 기울인다

흐르는 시간은

단순해진 하루를 잡아먹고

눈가의 잔주름을 숨기기 위해

무표정하게 있을 뿐이다

 

악마는 웅덩이에 빠져도 빠진 줄도 모르고

천사들은 날개를 잃고서야 사랑을 알았다

어리석은 자들은

젊다는 것으로 아름다운 것임을

젊음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풀꽃의 마음으로 하늘을 보아야 한다

계절이 가고 어두운 밤을 지나

상처를 딛고 일어선 풀꽃처럼

온 가슴으로 바람을 맞아야 한다

 

흔들리지 않으면 젊다고 할 수 있는가

하얀 꽃을 피우기 위해

바람을 찾아 떠나야 한다

바다를 깎아 수평선을 만들고

산을 깎아 계곡을 만드는

가장 거센 바람을 찾아 떠나야 한다

 

 

 

 

'인생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향기  (0) 2013.07.05
1  (0) 2013.07.05
낡은 편지  (0) 2013.07.05
함박눈  (0) 2013.07.05
겨울밤  (0) 2013.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