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길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사는 방법이 하루아침에 떠 오를리 없겠지만
무작정 세월을 보내면서 미안해해야하는 상황은
언제나 뒷덜미를 붙잡고 있었고
혹을 하나 달고 다니는 것처럼
발걸음은 언제나 무거웠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발걸음을 부여잡고
앞으로만 갈 수밖에 없는 세월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무거워 졌다
어깨가 짓이겨져서 피멍이 들었고
짓물러 진물이 흘렀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확장되어갔고
상처는 비로소 나를 뒤덮고 말았다
상처 속에 갇힌 나는
온전하게 숨을 쉴 수 없었고
아무 생각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살아갈 뿐이었다
마침내 견디지 못할 세월이 다가왔을 때
어디론가 떠나야 하겠지만
떠나가는 길은 아득할 것만 같았다
의령문학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