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달을 먹다

by 1004들꽃 2009. 2. 15.

달을 먹다


 

추운 겨울날 하루를 접고
사무실을 빠져나와 어수선한 거리에 서면
새들은 어둠이 내린 하늘을 가로질러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간다
황혼에 물든 날개를 쓰다듬으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오늘을 털어낸다
날개를 저을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파편들
날마다 털어내 버린 깃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날마다 별은 뜨고 지는데
날마다 나는 집에서 별을 쳐다보는데
시간을 놓쳐버린 새 한 마리
보름달을 가르고 서둘러 집으로 간다
반으로 잘린 달이 내 앞에 떨어진다
볼이 미어터지도록 씹어 먹다가 하늘을 보니
반만 남은 달이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0) 2009.03.01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  (0) 2009.02.15
겨울강  (0) 2009.01.13
겨울밤  (0) 2009.01.13
다시 한 해가 시작되는 날  (0)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