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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다시 촛불을 켜면

by 1004들꽃 2011. 6. 6.

다시 촛불을 켜면

 

 

다시 촛불을 켜면

잠들었던 그림자들과

숨죽였던 어둠이 깨어난다

촛불은 말이 없지만

그가 있음으로

나눌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

 

촛불이 꺼지면

생각마저 멈춰버릴 것 같은

어느 비 내리는 새벽

낡은 수첩 속의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와

흩어져 있는 메모지에 적혀있는 글자들

살아온 날들 중의 어느 하루

무심코 받아 적었던

나의 편리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였으리라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

제목과 제목 사이에서

낯선 제목을 발견한다

언젠가 나의 손에 덜미를 잡혀

이곳까지 왔음이라

손때 묻은 영한사전과

깨끗한 국어사전이 대조되면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이

다시 켜진 촛불 속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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