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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沈墨/韓龍雲

by 1004들꽃 2008. 6. 9.

님의 沈墨

 

 

韓龍雲

 

 

  님은 갔읍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읍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읍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微風에 날아 갔읍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읍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읍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엣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것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내 희망의 정수바기에 들어 부었읍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읍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879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 1944)
호 : 만해
3.1운동 당시 불교계 민족 대표 중의 한 사람으로 타고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시작 전편을 통해 불교적인 사상 개진
불교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개혁자로서 또한, 위대한 민족 운동가로서 실천한 민족시인
시집으로 <님의 침묵>과 소설 <흑풍>및 저서 <불교유신론> <불교대전> <신협담 주해> <한용운 전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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