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밑에서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저물어 갈 서쪽하늘은
날마다 하루를 데리고 갔다
하나둘 불이 켜지고
그림자 짙게 드리워지면
기다림을 기다리며
불이 꺼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정작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물소리는 점점 크게 들렸다
처음 만났던 날
스치고 지나간 눈빛이
물 위에서 반짝이고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얼굴이
물안개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고통도 인생이라고 하는데
기다림 쯤이야 행복이라고 해야지
그대를 만나는 것보다
그대를 생각하며
그대를 기다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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