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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기억의 기록

by 1004들꽃 2022. 7. 22.

기억의 기록

 

 

노트 군데군데 뭔가 써 놓았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쓴 것은 아니다

목적도 없고 결과를 바라지도 않는 문장

그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추측 할 수도 없다

뱀이라고 썼다가

말이라고 썼다가

갑자기 바다라고 써 놓았다

아내가 뱀띠라는 것은 알겠는데

말은 뛰어다니는 말인지

의사소통을 위한 말인지

알 수가 없고

뜬금없는 바다의 출연은 더욱 뜬금없는 일이었다

먼 옛날의 기억은 편집되었어도 선명하기만 한데

가까운 날의 일들은 눈보라에 휩싸인 듯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

내 모든 기억의 기록은

내가 살아 왔던 날들의 기록인지

다만, 생각의 기록인지 분간할 수 없다

그래도 계속 뜬금없는 말들을 써 나가는 것은

문득 펼쳐 본 페이지에서 발견한 낱말이

내 기억의 기록이라고 믿으며

안도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먼 하늘의 구름이 자꾸 모양을 바꾸어 나가는 것처럼

뜬금없는 나를 뜬금없이 쳐다보는 것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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