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한낮 텅 빈 거리에서는
그림자도 길을 잃었다
목적 없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동안에도
하루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주인을 따라가는 그림자는
기진맥진 발걸음을 옮긴다
지난 일이 지난 일이 되지 않고
다시 읽혀지는 일들이 많아
과거도 현재도 아닌 곳에서
두리번거리다 멈춰버린
말만 무성하고
결과가 없는 이야기에 둘러싸여
길을 잃은 그림자
어제가 오늘이 되고
내일이 어제가 되는 날
어두운 골목길에서
그림자는 잠이 들었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