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물비늘만 웅성거린다
속 시끄럽게 짖어대던 새들도 떠나가고
바람만 한가로이 수면 위에 머물다 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파문이 일고
먹이라도 떨어진 듯 깜짝 놀라 뛰어오르는 물고기
수면 아래 수많은 살아 있는 것들
보이지 않아서 좋다
아니, 볼 수 없어서 좋다
물속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
그것을 막으려고 강물을 다 퍼낼 수는 없다
겨울 철새가 강물 위에 한 줄기 흰 선을 긋고 지나간 추억
모든 시간을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된다
잃어버리고
또는 잊어버리면서
세상을 시작한 시간은 멀어져서 가뭇없어지고
보고 싶지 않은 끝은 점점 밝게 다가온다
강물처럼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시간도 강물도 그렇게 기약 없이 흘러가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방향 잃은 물비늘만 하릴없이 일렁이고 있다
시가있는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