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떠나야 한다
가을에는 어디로든 떠나야 한다
굳이 목적지를 정할 필요 없이
떠나서 닿는 곳을 목적지라고 하자
겨울이 급히 다가올 것 같아
서둘러야만 한다
빠뜨린 것 많지만
그냥 갈 수밖에 없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올 가을이기에
지체할 수 없다
지쳐서 걸을 수 없을 떄까지
어디로든 걸어서 가자
샛노란 은행잎을 만나야 하고
붉은 단풍잎을 만나야 한다
너무 늦게 도착하여
낙엽이 된 잎을 만나더라도
올 가을에 떨어진 잎이라서
그 위에 뒹굴어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온전히
가을을 떠나보낼 수 있다
다시 만나지 않아도 좋다
마음 깊은 곳에
올 가을을 새겨 두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