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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흔적

2014-5-3 자굴산

by 1004들꽃 2014. 5. 3.

실로 오랜만에 나선 길

나흘동안의 황금연휴 첫날 자굴산을 찾는다

어느새 싱그러운 자연의 색이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시절이다.

아직도 갓 깨어난듯 연두색을 떨쳐버리지 못한 숲은 새로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생명체처럼 활기차다

바람을 따라 스쳐가는 새소리도 한몫 거들어주면 흙과 나무와 바람과 새소리로 한편의 교향곡으로 거듭난다

늘 이곳을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아마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는 마음 속에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소나무로 액자틀을 만들고 그 속에 하늘과 숲, 그리고 산을 담는다

갓피어나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에 햇살 한 줌씩 얹어 놓으니

음과 양의 조화도 여유롭다

그늘진 나뭇잎은 금방이라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떨어질 것 같은 기분

산이 높아질수록 나뭇잎의 색깔은 옅어진다

아마도 세상을 살아가는 날을 계산한다면 높은 곳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은

낮은 곳에서 서식하는 식물들보다 짧은 삶을 영위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늦게 깨어 빨리 동면에 접어드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바람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맑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어서 그런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우두커니 하늘을 보는 것인지, 바위를 보는 것인지, 나무들을 보는 것인지?

철쭉이 다 졌는가 생각했는데 이곳에는 절정에 달했다

문득 한우산 철쭉제가 오늘 예정되었다가 취소되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한우산의 철쭉은 핏빛으로 붉다

이곳은 연분홍색이다

진달래가 피었다 진 곳을

다시 장식하는 철쭉

절정을 향해 피어오르다 곧 져버릴 운명이지만

피었다지는 시간에 맞춰 그들을 찾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

칠곡 내조와 외조마을의 풍경이 가장 잘 잡히는 장소다

아마도 신선이 있었다면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활짝 피어나는 꽃과 떨어진 꽃의 사이에 무엇이 있을까

다만 시간이라는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현상은

인생의 생과 사를 생각하게 해 준다 

손에 쥐면 꽃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이 통통하다

꽃과 잎이 함께 무성한 철쭉은 아마도 상사병은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오래전에 보았던 지리산 세석의 꽃들이 이렇게 연분홍으로 빛났다

철쭉을 보기 위해 혼자서 나선 길

천왕봉을 넘어 세석에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

자가용이 없었던 시절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지도 않았던 시절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뿐이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무작정 떠났던 그 시절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정상은 평화롭게 반짝인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멀어질수록 짙어지는 하늘

산들은 멀어질수록 옅어져 가는데

철쭉은 내려가는 길목에서 방문객들에게 환하게 인사한다

다음에 왔을 때는 꽃이 다 지고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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