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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흔적

2014-3-9 지리산 한신계곡

by 1004들꽃 2014. 3. 9.

오랜만의 외유. 지리산을 찾는다.

아직도 떨치지 못한 겨울

겨울 속에 지리산이 있는가? 지리산 속에 겨울이 있는가

아마도 비가 내리는 민가에서는 겨울을 떨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겨울은 지리산 속에 아직도 웅크리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신계곡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내소 폭포까지만 개방되어 있고 그 위로는 사람들의 접근이 통제되었다

약 2.7km. 눈발이 날렸고 계곡에는 얼음과 물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폭포까지 가니 눈이 휘몰아쳤다

눈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되돌아 내려오는데

눈은 점점 옅어지고 먼 산들은 눈으로 휩싸여 간다

얼었던 몸이 녹아 내리는 기분.

이 길을 다시 걸어봐야 할텐데~~

마음만 먼저 그곳으로 가는데 시간과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뭔가에 억눌려 있다는 기분은 항상 주변을 맴돌고

그 기분은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평탄한 길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돌무더기를 만나는데

정리되지 않은듯한 느낌. 자유로워보여 점수를 주고 싶다

아직도 얼어붙은 계곡의 물은 눈과 얼음을 안고도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눈발이 날리는 계곡의 길은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하게 만든다

거림에서 세석까지의 길보다

이곳의 길을 따라 세석까지 가는 길이 보다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이길을 따라 세석까지의 행로는 항상 중간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었다

통행제한이 끝나는 4월30일 이후 다시 와야겠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따라 계곡의 이쪽 저쪽을 넘나들며 산의 고도는 높아진다

산이 높아질수록 물의 양도 많아지고 얼음과 눈의 양도 많아진다

"높이 올라갈수록"을 "나이가 들어갈수록"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째 나이가 들어갈수록 머릿속이 비어가는 듯한 느낌!

올바르게 비어간다면 득도의 길로 간다고 할 수 있겠는데

차야할 것들이 차지 않고 차지 않아야 할 것들만 차게 되니

차라리 비어간다고 할 수밖에~~~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은 옷의 바느질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흰눈이 옷의 바느질 부분에 집중적으로 쌓여간다

기온때문에 녹지않고 분가루처럼 흘러내린다

직각으로 솟은 바위에는 유리처럼 얼음이 붙어있다

 

겨울 계곡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있는 사람

 

 

자연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자연으로 가야만 볼 수 있다

오로지 자연속에서만 저토록 자연스러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다리들을 보면

국비가 많이 들었겠다는 공무원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직업병인가보다

 

 

 

 

 

 

댓잎에 눈들이 쌓였다

어느새 산길에도 눈이 쌓이고

 

바위들도 눈옷을 입고 새하얗다

 

 

 

가내소폭포에서 올라가는 다리에는 산불조심 안내판이 펄럭이고

다리는 사람들이 통행하지 못하도록 철근을 엮어서 통제했다

막힌 다리 때문이 아니라 하늘을 보니 더 나아가지 못하겠다

회오리바람에 춤을 추는 눈보라

눈동자에도 눈이 부딪히는지

차가운 느낌이 눈동자에도 와 닿는다

차가운 것이 툭툭 치는듯한 느낌

눈보라를 뒤에 두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온다

올해 안에 이 구간을 꼭 다시 걸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다 심어 놓는다.

그러고보니 천왕봉도 가야되고, 경주 남산도 가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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