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 최영미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하다
언젠가 한번 마신 듯하다
이 카페 이 자리 이 불빛 아래
가만있자 저 눈웃음치는 마담
살짝 보조개도 낯익구나
어느 놈하고였더라
시대를 핑계로 어둠을 구실로
객쩍은 욕망에 꽃을 달아줬던 건
아프지 않고도 아픈 척
가렵지 않고도 가려운 척
밤 새워 날 세워 핥고 할퀴던
아직 피가 뜨겁던 때인가
있는 과거 없는 과거 들쑤시어
있는 년 없는 년 모다 모아
도마 위에 씹고 또 씹었었지
호호탕탕 훌훌쩝쩝
마시고 두드리고 불러제꼈지
그러다 한두 번 눈빛이 엉켰겠지
어쩌면 ……
부끄럽다 두렵다 이 카페 이 자리는
내 간음間飮의 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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