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63
한 줄도 채우지 못하지만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흔히들
시 나부랭이 쓴다는 시인들이란
술에 빠져 살아가고
보통사람들과는 생김새도
생각하는 방향도 다를 것이라 생각을 하곤 하지
그것은 글 쓰는 사람들에게
좋은 변명거리가 되고
자기합리화 하기에 좋은 도구가 되지
하지만 펜과 노트를 들고
자연을 바라보는 일이라든지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생각해 본다든지
무엇인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골똘히 잠기면서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을 쳐다보며
배를 만들고 비행기도 만들고
무시무시한 공룡을 만들어 보다가
이내 새파란 바다 위에 떠있는
들국화 한 송이를 만들어 보지
그래
시 나부랭이 쓴다고 면허내고
술 마시고 흥청대기도 하지만
책을 읽겠다는 생각
하루를 되돌아보는 글 한 줄 쓰겠다는 생각이
나에게서 음탕한 생각을 몰아내고
마음을 그나마 깨끗하게 해 주고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냐고 생각을 하지
시라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에도
하이얀 들국화를 피울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통기한 (0) | 2011.04.19 |
---|---|
바보 2 (0) | 2011.04.11 |
지구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날 (0) | 2011.04.05 |
나에게서 비롯되다 - 1 (0) | 2011.03.23 |
나에게서 비롯되다 (0) | 2011.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