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가있는풍경

비 오는 날

by 1004들꽃 2024. 11. 26.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은 먼지가 보이지 않아서 청소하기 좋지
그동안 방으로 거실로 화장실로 다니면서 눈에 거슬렸던 것들을 떠올리며 치우고 버리고 보이지 않는 곳으로 위치 이동을 한다

청소 시간은 허리에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

마당에는 아직도 비 내리는 소리 들리고
무료함을 메워 줄 피아노곡을 찾아 몇 초간 듣다가 다른 곡을 또 몇 초간 듣다가 그냥 꺼 버린다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라는 술꾼들의 합리화를 바탕으로 부침개를 구워 막걸리 한잔 걸친다 부침개 익는 소리는 비 오는 소리와 같다

고 생각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비 오는 날 부침개를 구우면 소리도 냄새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먹을 수 있다

문득 부침개를 구우며 어질러 놓은 부엌을 본다 청소하기 전보다 더 어지럽다
얼큰해진 몸은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는다

가끔 나는 나를 비웃기도 한다

 

'시가있는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결  (0) 2024.12.31
눈물  (0) 2024.12.23
바위  (0) 2024.11.24
비 내리는 거리  (0) 2024.07.01
  (0)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