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세월을 느끼고 읽는다지만
낙엽 지는 가을날에 우두커니 서서
시작과 끝을 찾다가
정작 세월 가는 줄은 모른다
한 계절을 보내고
또 한 계절을 맞이하는 것은
찌푸둥한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 갔다가
하루 동안 묵힌 때를 씻어내고
목욕탕 문을 나서는 것이다
마음 깊숙한 곳의 때를 씻으려
물속에 잠겨있는 동안
시커멓게 찌든 때가
땀에 섞여 흘러내린다
검붉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았다가
발끝까지 곤두박질친다
삶에 찌든 이파리를 떨어내고
홀가분하게 찬바람을 맞는 것은
다시 봄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다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