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쉼 없이 흐르는 물도 얼고
찬란했던 잎사귀도 떨어져
겨울의 한가운데서 나뒹구는데
시작도 끝도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요란하다
얼음과 얼음 사이를 흘러
겨울을 가로질러가는 물소리
기어이 가야할 곳으로 가는
저돌적인 몸짓이 아름답다
묵직했던 햇살이
물소리에 튕겨 솟아오르고
앙상한 가지마다 하얗게 부서진다
깊어가는 겨울을 안고
봄을 맞으러 가는 물소리는
잠자던 다람쥐도 깨우고
바위틈에서 졸던 바람을 깨워서
아득한 나라를 향해 가는데
설익은 계절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