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고 짐 정리하고 돌담 쌓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길을 나선다
왜 산에 가는지조차 생각도 없고
이제는 무의식이 산으로 몸을 이끈다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이 좋고
더불어 단풍 든 산하가 좋다
언제 이렇게 단풍이 들었나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바뀐 계절로 들어선 것 같다
햇살을 가득 받은 바위는
마치 눈을 뒤집어 쓴 것처럼
하얗게 다가온다
나무와 단풍과 그림자가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허리 한 번 펴고 올려다 본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멀어져가는 산들은
희미해져서
하늘빛에 물들어가고
우뚝 선 바위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돛대바위 옆에서 작은 돛으로 서 있다
쉬어가는 시간에 심심해지면
이렇게 풍경화를 찍어본다
뱀이 드러누워 있는 것처럼 긴 산등성이가 이채롭다
무지개터에 앉으면 이렇게
또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해발 767m 모산재
집으로 돌아와 다시 돌담작업을 한다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돌을 쌓았는데도
별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내년까지 쉬엄쉬엄 쌓아 가야지
서두르다간 골병이 들게 생겼다
혹시나 무너지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지만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겠지 하곤 생각한다
그러면 또 다른 방식으로 쌓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평생 돌담 쌓다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하다가 안 되면
돌무더기를 쌓아 놓을 생각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모두 소유자가 있고 경계가 있으니
땅과 땅의 경계는 구분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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