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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흔적

모산재(2018-11-10)

by 1004들꽃 2018. 11. 12.

이사하고 짐 정리하고 돌담 쌓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길을 나선다

왜 산에 가는지조차 생각도 없고

이제는 무의식이 산으로 몸을 이끈다

햇살에 반짝이는 윤슬이 좋고

더불어 단풍 든 산하가 좋다

언제 이렇게 단풍이 들었나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바뀐 계절로 들어선 것 같다

햇살을 가득 받은 바위는

마치 눈을 뒤집어 쓴 것처럼

하얗게 다가온다

나무와 단풍과 그림자가 어울려 한폭의 수채화가 된다

허리 한 번 펴고 올려다 본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멀어져가는 산들은

희미해져서

하늘빛에 물들어가고

우뚝 선 바위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돛대바위 옆에서 작은 돛으로 서 있다

쉬어가는 시간에 심심해지면

이렇게 풍경화를 찍어본다

뱀이 드러누워 있는 것처럼 긴 산등성이가 이채롭다

무지개터에 앉으면 이렇게

또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해발 767m 모산재

집으로 돌아와 다시 돌담작업을 한다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돌을 쌓았는데도

별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내년까지 쉬엄쉬엄 쌓아 가야지

서두르다간 골병이 들게 생겼다

혹시나 무너지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지만

무너지면 또 쌓으면 되겠지 하곤 생각한다

그러면 또 다른 방식으로 쌓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평생 돌담 쌓다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하다가 안 되면

돌무더기를 쌓아 놓을 생각이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모두 소유자가 있고 경계가 있으니

땅과 땅의 경계는 구분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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