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아들과 마주 앉아
돼지국밥을 먹고 있는데
할 말도 없어서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소주를 한 잔씩 따르고
국물 한 숟갈에 소주 한 잔
뜨거운 국물 후후 불어가며
쓴 소주를 밀어 넣는다
흘러 들어간 소주가 돼지국물과 함께
온 몸으로 퍼지고
한 잔 더 할 테냐는 물음에
좌우로 고개를 흔드는 아들
돈국*을 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혼자서 따른 소주를 혼자서 마신다
돼지국물보다 소주를 더 마시고
불콰해진 얼굴로 식당을 나선다
*돈국 -- 식당에서 소주 한 병을 3000원 내지 4000원을 받는데 잔으로 따지면 소주 한 잔에 500원 정도 된다고
소주를 마시는 술꾼들이 소주를 돈국이라고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