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방황
운무가 귓전을 스치며 하늘로 솟구친다
세상에서 들은 모든 이야기들을 하얗게 섞어
나뭇잎과 철지난 꽃들에게 속삭이며 산 너머 간다
계곡에서
나무그늘 밑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이들
주어진 시간 속에서
뭔가를 해야 하는 듯
의무라는 갑옷을 입고
미소라는 가면을 쓰고
피로에 찌든 얼굴을 술잔 속에 담고
인형처럼 그렇게 간다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지만
그냥 잊기로 한다
사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내 기분에 따라서 남들도 그런 것 같고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저 매캐한 운무는
천년도 훨씬 전부터 그랬겠지
집으로 돌아온 가장은 텔레비전 연속극에 잠시 웃음을 팔고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저들도 나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이렇게 방황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