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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나는 똥이다

by 1004들꽃 2024. 2. 2.

나는 똥이다


멍하니 앉아 있을 줄 모른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아
분주히 몸을 움직인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눈앞에 놓고
안절부절못한다
꽃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 말 못하고
흐르는 눈물도 감추고 산다
한 푼 두 푼 아끼며 살다가
엉뚱한 곳에 다 써 버리고
좋은 옷 걸어두고
싸구려 옷만 입다가
유행이 다 지난 비싼옷은 옷장만 지키고 있다
내 모두를 좋은 사람에게 주고 싶은데
아끼고 아껴서 주지도 못하고
주고 싶었던 사실도
까마득히 까먹어버린다
삐거덕거리는 가구가 무너져
그릇 다 깨 먹기 전에
튼튼한 장에 보관해 놓자
마음속에 깊이 새겨둔 말도
허비해 버린 시간도
아까워서 쓰지 못한 돈도
아끼고 아끼다 모두 똥 된다
아끼고 아끼다 아무에게도 주지 못한
나는 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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