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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기다림

by 1004들꽃 2020. 1. 13.


기다림


휴일 오후 따뜻한 창가에 앉아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기다림의 실체도 없이 막연한 그런
그럴 때는 초조함이 없어서 좋다
만남의 시간까지 기다림의 시간도 없다
그렇게 던져진 시간에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잠시 후 그가 오기 때문에 손을 놓을 일도 없어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오랜만에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아낼 수 있다
창틀도 닦아낼까?
내친 김에 닦아내지 뭐!
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듯 자유롭다
시가 올 때까지도 이렇게 차분히 기다리는 게 좋다
빨래도 하고
다림질도 하면서
그냥 기다림을 친구삼아 기다리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의 골짜기를 걸어가는 날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고
쌀을 씻을 필요도 없고
더군다나 시를 쓸 필요는 더욱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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