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휴일 오후 따뜻한 창가에 앉아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좋다
기다림의 실체도 없이 막연한 그런
그럴 때는 초조함이 없어서 좋다
만남의 시간까지 기다림의 시간도 없다
그렇게 던져진 시간에는 많은 일을 할 수가 있다
잠시 후 그가 오기 때문에 손을 놓을 일도 없어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오랜만에 물걸레로 구석구석 닦아낼 수 있다
창틀도 닦아낼까?
내친 김에 닦아내지 뭐!
시간을 정해놓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듯 자유롭다
시가 올 때까지도 이렇게 차분히 기다리는 게 좋다
빨래도 하고
다림질도 하면서
그냥 기다림을 친구삼아 기다리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의 골짜기를 걸어가는 날을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침에 일어날 필요도 없고
쌀을 씻을 필요도 없고
더군다나 시를 쓸 필요는 더욱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