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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글자중독 2

by 1004들꽃 2017. 1. 10.

글자중독 2


배가 부른 것도 아닌데
밥처럼 여기며 곁에 둔다
금세 잊어버리는 글자들
다시 뒤져보고는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다
공책을 덮으면서
바로 잊어버리는 글자
무슨 글자를 찾았는지조차 잊어버린다
한정된 글자들이
회오리치며 덮쳐온다
글자의 앞뒤가 바뀌고
멀리 있는 글자와 가까이 있는 글자가 자리를 바꾸고
같은 글자가 반복해서 나열되면서
글자는 길을 잃는다
글자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생각은 글자로 엮어지지 않고 흩어진다
그럴수록 더욱 글자에 집착한다
몸을 휘감아 도는 글자를 잡으려 허우적댄다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해독할 수 없는 글자만 손바닥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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