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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풍경

고백

by 1004들꽃 2020. 12. 18.

고백


주먹을 움켜쥐고
너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양손에 욕심을 가득 쥐고
너를 안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너는
두 손을 활짝 펴고
펴지지 않는 나의 손을 잡아 주었고
벌려지지 않는 두 팔을
감싸며 나를 안아 주었다
모두가 나를 싫어해도 너는
나에게 따뜻한 말만 골라서 해 주었고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해 줄 것도 없는 나에게
너는 항상 위로의 그림자가 되어 주었다
황혼의 골목길에서 낡은 그림자로 서성이면서
내 모든 상처가 너의 흉터가 된 것을 알았다
황혼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만큼
너의 걱정도 많아지는데
나는 아직도 주먹을 펴지 못하고
양손을 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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